신해철 -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노래/CJ Music

우선적으로, 저는 신해철씨의 음악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밝혀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신해철씨의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에 공개되었던 포스터와 여러 곡명들을 확인하면서 기대감을 높여두었습니다. 네. 나온 앨범을 들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기대감을 많이 높여놓았고, 그 기대감에 혼자 만족하고 그 결과물이 제 기대감 이상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말이죠.

이 앨범을 들으면서 전 참 많이 슬펐습니다. 신해철씨가 늘 얘기했었던 "난 노래를 못한다"라는 사실을 내 귀로 다시 확인했다는 것 하나와, 이 사람이 그 전에 만들었던 자신의 앨범들에 얼마나 애정과 노력을 들였었는지를 확인했다는 것과, 이 사람은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50%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것과, 그리고 자신이 작업한 앨범에서 늘 맡던 프로듀싱을 포기하면서까지 집중했다는 노래가 참 별로였다는 사실과... 계속 무한 반복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신해철씨는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직접 만들었었고, 그 때 그의 능력은 막 반짝거렸습니다. 정말로 반짝거렸어요. 강하지만 거슬리지 않았고,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경쾌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도 속에서 즐거웠구요. 하지만 이 앨범은 달라요. 그 전의 "시도"가 아니라 그냥 "심심풀이"로 다른 걸 했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해요. 아내와 딸에게 바치는 헌정앨범을 만들고 싶으셨다면, 차라리 직접 살짝 말랑말랑한 곡들 쓰셔서 싱글로 내지 그러셨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정말.

이 앨범 중 그래도 아직 신해철씨의 저력이 남아있고, 이 사람이 감이 무뎌져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심심풀이로 한 번 이런걸 해본거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신해철씨가 직접 새로 쓴 곡(그리고 부인분에게 바친다는(...)) "Thank you and I love you."를 들으면서 입니다. 이 곡은 신해철씨가 가장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곡이고, 그가 부르기 위한 곡이니까요. 그는 자신이 직접 곡을 쓸 때 자신이 가장 잘 부를 수 있고 가장 좋은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곡을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앨범을 프로듀싱할 때 자신이 부른 노래들의 장점을 들려줄 수 있는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어내구요.

이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한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오던 사람이니 지금은 재즈가 하고 싶어서 했다면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음악이라서 다른 앨범만큼의 완성도를 뽑아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넥스트의 잠정적인 해체이후에 만들어냈던 CROM의 home made cookie를 생각해봐요. 그 앨범도 기존의 넥스트 음악과는 다른 선상에 있었지만 그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결국 이 앨범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은 다른 장르를 건드렸다는 것 보다는, 그 장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기존의 곡을 가라오케 버전으로 다시 불렀다는 것. 그게 이 앨범에 대한 제 솔직한 감상입니다.

하고 싶어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직접 곡을 쓰고 앨범 프로듀싱을 하는 것의 좋은 점은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잘 해낸 것처럼 포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앨범은, 그 포장이 참 진부합니다. 20인조 빅밴드와 보컬의 어우러짐이 느껴지지 않아요. 빅밴드가 오부리 밴드처럼 들린다 말이에여. 그리고 메세지도 거의 없습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앨범, 그 이상의 의미가 일반 팬에게는 없어보입니다. 네. 이 앨범. 별로입니다. :-/

그래서 많이 슬픕니다.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주시면 안될까요? 제발요.
저는 당신의 작품을 느끼고 싶단 말이에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BLOG main image
그냥저냥 by 도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96)
일상 (512)
생각 (651)
영상물 (76)
cooking (2)
온갖문답 및 미신 (26)
음악방송 (2)
Total : 245,046
Today : 1 Yesterday : 8